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양가 도움 없이 오로지 우리 부부 둘만의 힘으로 첫 아이 육아를 시작했다. 그 당시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은 오로지 육아서뿐. 육아와 함께 육아서를 접하며 손 놓고 있던 책과의 만남도 새로이 시작했다.
많은 육아서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서천석 선생님의 도서는 매번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등 서천석 선생님의 책은 대부분 찾아 읽었고 내 마음과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곤 했었다.
그리고 2016년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에 강의하러 오신 샘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사인까지 받았던 이 책, 유일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소장하고 있는 책은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바로 이 책이다.
오늘 아침 오랜만에 페이스북에 들어가 서천석 선생님의 글을 읽었다.
중삼 아들과의 트러블이 생길때마다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할 때가 많다. 아이 탓을 할 때도 있지만 변하지 않는 아이보다 내가 바뀌어야지 하는 맘으로 나를 돌아보려고 노력한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오늘 아침 혹시나 아이들에게 내가 어떻게 이야기 하고 행동했는지 순간 돌아보게 되었다. 선생님의 글 중 내 마음 다스리며 기억하고자 하는 문구!!
기억하자!! 육아는 기다림의 연속이니까.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임을 잊지 말자!
자상하게 따뜻하게,
작은 선택, 꾸준한 노력
믿음 밖에는 할 것이 없어서 우리는 믿는다.
+ 아래 글은 서천석 선생님의 페이스북 전문이다. 사춘기 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부모들을 위해 쓰신 글 함께 읽어보길 추천해본다.
출처: 페이스북 서천석 선생님 글
"뭘 할지 모르시겠다면, 그냥 자상하게만 대하세요."
사춘기 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부모를 종종 만난다. 부모는 아이의 문제 행동을 없애고, 아이에게 긍정적인 동기를 만들고, 아이가 미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도록 만들고 싶다. 나 역시 그런 부모의 마음을 깊게 이해한다. 도와주고 싶다. 하지만 내가 돕는다고 해도, 부모의 마음이 간절하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가 있다.
비가 아무리 오면 뭐하겠는가? 그릇이 뒤집혀 있으면 물은 한방울도 고이지 않는다. 그릇이 제대로 있으면 가랑비가 내려도 물이 고인다. 아이가 어른의, 특히 부모의 말을 들을 마음이 없을 때는 어떤 이야기도 의미가 없다. 좋은 이야기, 올바른 이야기일수록 더 의미가 없다. 부모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것이 아이의 바람인데 부모가 부모처럼 굴어서야 아이를 멀어지게 할 뿐이다.
부모들은 종종 미래를 이야기하며 이렇게 살아선 안 된다고 말한다. 아이들도 모르지 않다. 자기가 이렇게 계속 살아선 안 된다는 것을. 하지만 어른들이 말하는 방식대로 살아지진 않는다. 살려고 해도 잘 되지 않고 힘들다. 그건 답이 아닌 것만 같고, 어딘가 답이 있을 것 같은데, 자기는 뭐 하나 제대로 못하고 있다. 나를 믿고 싶은데, 나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마음 깊은 곳에는 불안이 있다. 내가 뭘 하겠어. 나는 안 될 거야. 매사 안 풀리는 자신이 싫고 뭔가 노력해야만 살아가야 한다는 세상살이가 싫다. 그럴 때면 모든 것에서 떠나고 싶다. 게임은 이럴 때 좋은 대피처다.
이런 시간들은 과정이다. 물론 영원히 미로에 갇히거나 터널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도 있다. 모두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나온다. 아이를 겁주고 상처 받게 해 터널 속으로 밀어 넣지 않는 한, 터널에서 더 깊이 땅굴을 파게 하지 않는 한 아이는 나온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지금 해야 할 일을 찾고, 세상을 욕하면서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이 온다. 물론 이 시간들은, 이 과정은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다. 10대의 삶은 행복할 수 없다. 타고나길 무진장 낙천적인 아이가 아니라면 잘난 것 없는 아이들에겐 괴로운 것이 기본값이다.
오늘도 아픈 소리를 했다. "어머니, 그 말은 그냥 아이에게 죽으라고 미는 거예요. 아이도 미래가 불안하고 자기는 찌질하게 살 것만 같아요. 그렇다고 지금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는 모르겠고 의지도 없고 인내심도 없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없어요. 어쩔 줄 모르겠고 자기가 한심하다는 생각에 괴로워해요. 그런데 그렇게 살면 미래가 없다고 몰아붙이면, 아이도 이미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아이 입장에선 죽는 것밖에는 선택할 길이 어디 있겠어요? 죽지 않으려고 현실을 잊으려 지금도 저러고 있잖아요."
답답하고 답답한 부모의 마음은 안다. 헤매는 아이를 지켜봐야만 하는 날들, 그런 날들이 길어질 때 얼마나 피가 마르겠나. 아이를 바꿔놓고 싶은데 당장 그럴 방법이 없을 때의 좌절감이나 불안은 말로 다할 수 없다. 그래도, 그럴 때 그저 자상하게 대해야 한다. 자상한 어른의 존재는 아이가 스트레스를 다스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많은 연구가 이를 보여준다.
그저 자상하게, 따뜻하게 대하는 것으로 될까요? 아이의 절망적 현실을 방치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지 않다. 아이의 스트레스를 덜어 줘야 아이가 도망갈 가능성이 줄어든다. 도망을 가지 않아야 자기 앞에 놓인 어른으로서의 인생을 받아들인다. 대단한 것, 한 방이 아니라 작은 선택, 작지만 꾸준한 노력을 해보려 든다. 그렇게 정말 아주 작게, 작게 변화가 일어난다. 처음에는 변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변화가 시작된다. 믿을 것이 있어서 믿는 것이 아니다. 믿음 밖에는 할 것이 없어서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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